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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재(鬼才) 이도사(李道士) (1편)
    타임머신 2021. 8. 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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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조 중엽에 풍수설과 팔괘에 능통한 이도사(李道士)가 있었다.

    이도사는 어머니가 노비로 있는 집주인을 통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사실상 서자출신이나, 천민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노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된, 그의 어머니는 어린 이도사를 데리고 나와 따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저녁끼니를 걱정할 만큼 살림이 몹시 궁핍하여 겨우겨우 연명하는 처지였지만 이도사를 한 삼 년 공부시켜 제 밥벌이나 하라고 어느 풍수(지관)를 따라 다니게 했다.

     

    머리가 총명한 이도사는 풍수의 뒷심부름을 하면서도 열심히 팔괘공부를 하여 풍수에 대한 지식도 웬만큼 익혔다. 몇 년간 뒷심부름을 하면서 세상동정도 알게 되고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눈치도 비상해졌다.

     

    팔도 방방곡곡을 다니며 객지에서 살다보니, 어느 덧 열일곱 살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어머니께서는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고 집은 이곳저곳이 무너져 바람만 불어도 금방 쓰러질 듯싶은 흉가로 변해 있었다.

     

    혈혈단신 어느 곳에도 의지할 데가 없어진 이도사는 따뜻한 봄날, 잠자는 일이 고작이었고 언제부턴가는, "나도 출세를 해야지. 판서쯤은 돼야지.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이 돼야지." 하는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양반과 상민이 엄연히 구별되는 세상이고, 적자와 서자가 철저히 구분되어지던 당시의 사회적 제도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허황한 생각이었다.

     

    이도사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왜 안되겠나.'라는 생각에 우선 그동안 봐두었던 명당자리 중에서도 판서가 나올 수 있는 자리에 어머니 묘를 이장했다.

     

    산세를 보니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가 뚜렷하고 득수득파(得水得破) 안산(案山) 등이 조공하는 형국으로 이조판서 한자리는 해볼만한 명당자리였다.

     

    어머니의 유골을 아무도 모르게 밀장한 이도사는 별다른 할 일도 없던 터라 우물가를 구경 삼아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어릴 때 친구였던 옥녀(玉女)가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러 오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시커멓던 얼굴이 이제는 백옥같이 하얀 얼굴에 은은하게 피어오른 여드름은 이도사의 마음을 무척이나 울렁거리게 했다.

     

    이도사는 그 자리에서 결심을 했다. '저 옥녀를 내 각시로 만들어야지.'

    그리고는 옥녀에게로 다가가 목이 마르니 물을 좀 먹자고 이야기를 건네자 옥녀는 수줍어하면서도 나이가 짐짓 든 처녀인지라 침착한 자세로 물을 떠주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는 동안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즈음에 이도사가 대범하게 옥녀를 향해서,"야∼아, 옥녀야, 너 내 각시 안 할래?"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청혼을 했다.

    그러자, 옥녀는 콧방귀를 뀌면서, "나하고 살려면 이조판서만 되라지." 하고 농담조로 답을 했다. 이도사는 때를 놓칠 새라, "좋다. 그러면 옥녀 너도 나하고 약속해라." "뭘?"

    "내가 앞으로 5년 안에 이조판서가 돼 가지고 금의환향할 테니, 꼭 그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도사의 이 같은 제의에 옥녀도 쾌히 대답하고 앞으로 부부가 될 것을 언약했다.

     

    그리고는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야망인지 허황한 망상인지 분명하진 않았지만, 이도사는 옥녀와 결혼하기 위해선 꼭 이조판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조판서는 고사하고 군마장(軍馬場)에서 말똥을 치우는 하급 벼슬조차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감히 이조판서라니? 정말 이도사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꿈같은 망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도사는 며칠을 두고 비장한 각오 끝에 어깨 너머로 배운 덫 놓는 기술을 이용하여 산토끼 한 마리를 다치지 않게 잡았다. 그리고는 화살과 활 등을 갖추어 집을 떠나 한양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진 여비도 별로 없는 그는 특유 재담으로 사람을 사귀어가며 시장기를 면했고, 딱히나 어려울 때는 주역팔괘(周易八卦)를 이용하여 운명을 봐주면서 그때그때 어려움을 면해갔다. 더욱이 산토끼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잘 가지고 가야했으므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한달 남짓, 갖가지 고생을 하고 나자 목적지인 한양에 당도하게 되었다.

    여름이라서 사방 곳곳에서는 매미와 각종 풀벌레소리가 한가하게 들려왔으나 많은 사람들은 배를 곯아 얼굴과 손발 등이 부은 채 살 방도가 막막한지라 길거리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이었다.

     

    이도사는 한양에서 앞으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주역팔괘(周易八卦)를 이용하여 알아보기로 했다.

     

    작괘를 해본 결과 뇌수해괘(雷水解卦)를 얻어 이를 풀어보니, 우산희생(憂散喜生) 즉, '지금까지의 고생은 사라지고 새로운 즐거움이 싹 트이기 시작한다.' 라는 보다 희망적인 괘였다. 이도사는 상당한 길괘(吉卦)임을 알고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이조판서였다.

     

    이 괘는 매사가 풀린다는 것으로 득괘(得卦)하기 전까지 지긋지긋한 고통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 고통이 풀려 행운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득괘 이전까지 호의호식으로 행복한 삶을 해왔다면 그 행운이란 운명체(運命體)가 풀려버려 앞으로는 불행해질 것을 의미하고 있는 괘였다.

     

    이도사는 지금껏 자신이 고통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뭔가 서광이 비칠 거라는 희망적인 괘였다. 이도사는 상당한 길괘(吉卦)임을 알고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이조 판서의 꿈을 펼쳐 보고자 고향에서 떠나오면서 생각했던, 인토입궁(因兎入宮), 다시 말하면 고향에서 떠나올 때부터 가지고 온 토끼를 이용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임금이 계신다는 궁궐을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그 결행일을 음양오행(陰陽五行) 법칙에 따라 만사유길하고 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계묘(癸卯)일로 정했다. 그리고는 매일같이 궁궐 주위를 서성거리며 동태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이런 식으로 며칠을 지내는 동안 결행일이 다가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그동안 많은 신세를 진 주막 주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주막을 나섰다. 궁궐을 들어갈 명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고향에서 떠나올 때부터 생각한 것이었지만 막상 결행해야 하는 당일을 맞이하자 가슴이 설레는 반면에 만약 잘못되는 날에는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 거란 생각에 은근히 겁도 났다.

     

    '제기랄, 사람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는가? 죽어도 이조판서가 돼 고향으로 돌아가 옥녀를 꼭 내 각시로 맞아 들여야지.'하고는 입궁(入宮)의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서 궁궐 주위에 숨어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궁궐 주위에는 친위대로 보이는 병졸들이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서있었고 각 출입문에는 체구가 건장한 장정들이 뾰족한 긴 창을 든 채 버티고 있어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둠이 깔리는 저녁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고향에서 가지고 온 토끼의 그 동그란 눈에다 긴 활촉을 푹 꽂아 궁궐 안쪽으로 힘껏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궁궐 문을 통해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궁궐 문을 호위하고 서있던 병졸들은,

    "어떤 미친놈이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들어가려는 수작이야! 나쁜 놈 같으니. 야 이놈아, 여기는 상감이 사시는 곳이야! 알기나 해?"

     

    이도사는 병졸들이 그렇게 하기를 고대하고 있었고 문제가 더 크게 일어나 임금 앞에 꿇어앉기를 고대하던 터였기 때문에 병졸들의 큰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대들었다.

    "내가 쏜 활에 토끼가 맞았고, 그 토끼가 이 집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내 토끼 내가 잡으러 여기 좀 들어간다는 데 뭐가 그렇게 말이 많소. 그것 참 인심도 고약하네. 저리 비켜! 병졸이면 단가!" 하며 한술 더 떠서 시침을 뚝 떼고는,

    "이곳이 무엇 하는 곳이 길래 이렇게 인심이 야박하단 말이오."

    그러자. 병졸 한 명이 이도사의 멱살을 조이면서,

    "야 이놈아, 여기가 상감마마가 계신 곳이라고 아까부터 말했잖아. 그러니 어서 가 봐!"

    병졸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이도사를 땅바닥에 팽개쳤다.

     

    그러자, 이도사는 속마음으로, '옳지 잘 됐다.' 싶어 큰소리를 치며, "사람 살려, 병졸이 착한 백성을 죽이려고 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생떼를 쓰자. 사방에서 모여든 병졸들이, "왜 그래? 왜! 이놈은 누구야?" 하면서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때 마침. 궁궐 안에서는 임금이 정원을 거닐고 있다가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고는 신하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도록 했다. 신하로부터 이도사의 이야기를 들은 임금은,

    "백성의 눈이 있는데 그게 무슨 꼴인고?" 하고 나무라며, 당장 이도사와 다투고 있던 병졸과 이도사를 불러들이도록 명을 내렸다.

     

    ※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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