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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승(乞僧)의 해몽과 금관(金棺)의 이야기

by topkorea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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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승(乞僧)의 해몽과 금관(金棺)의 이야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비화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할아버지 때부터 일기 시작한 명당금관설(明堂金棺設)은 이성계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천도(天道)에 의해 정해져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이성계의 할아버지 이춘(李春)은 그렇게 극빈한 가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집안도 아니었다.

  

어느 봄날, 아지랑이 가물거리고 따가운 햇볕에 웬일인지 몸의 마디마디를 풀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나른하게 늘어져 마루에 걸터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참을 졸고 있는데, 귓전에 청천벽력 같은 뇌성이 들려오고 많은 군졸들과 말발굽소리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삿갓을 푹 내려쓴 걸승(乞僧)이 그의 앞에서 목탁을 치며 시주를 부탁했다.

  

이춘은 걸승에게 시주를 넉넉히 주고 자신이 방금 꿈속에서 보았던 일을 소상하게 말했다. 그러자, 걸승은, "인간에게는 인연이란 것이 있는 것, 내가 친 목탁소리가 우뢰소리로 들렸다는 것은 당신과 내가 인연이 있어 그러하오. 말발굽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 집안에 큰 장수가 나올 징조이외이다." 는 해몽을 해 주었다.

  

그러자. 이춘은, "고려는 지금 풍수지리설에 따라 집을 짓거나 묘를 쓰는데, 대사께서 명당자리 하나만 점지해 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오이다."라고 간청을 하니 걸승은 이춘의 청을 받아들여 몇 달 동안 산을 돌아다닌 끝에 청룡·백호·현무·주작등 산수가 수려한 진명당(眞明堂)자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 명당은 자칫하다가는 그림 속의 떡이나 매한가지였다.

  

왜냐하면. 그 명당자리는 장사를 지낼 때 반드시 시신을 황금으로 된 관(棺)을 사용해서 모셔야 한다는 걸승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걸승의 말대로 황금관을 이용해서 장사를 지낼 경우 향후 3대째 가서는 창업주(創業主), 즉 일국(一國)을 건설할 임금이 나올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말을 들은 이춘은 걱정은 제쳐둔 채 마음이 금새 들떠 흥분되었다.

  

더욱이 고려에서는 앞으로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것이란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가고 있던 터라 이춘의 마음은 더욱 부풀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안 형편으로는 황금관 하나를 만들만한 재력이 없었고 설령 재력이 있다 하여도 고래등같은 기와집 수백 채와 문전옥답 수천 마지기를 살수 있는 무지수(천문학적숫자)인 황금관을 만들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하면 틀림없이 일국의 군왕이 배출된다는 걸승의 말에 그냥 단념하기에는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백방으로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한해를 보내고 말았다.

  

봄이 지나 초여름이 될 무렵에 지난 봄에 왔던 걸승이 다시 나타나자. 이춘은 걸승의 두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다 시피했다. "대사님, 사람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그 명당자리에 선조의 묘를 쓸 수 있는 비책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라며 통사정을 했다.

  

이춘의 이와 같은 애원은 애처로울 정도의 사정이었다. 걸승은 붙들고 늘어진 이춘의 손목을 잡고 진정시키고는 마루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비책이 있기는 하나 어느 누구도 그 비책을 눈치채서는 아니 되며, 장사를 하되 꼭 밤에 치르도록 하오."라고 하면서 황금 대신에 황금처럼 보이는 보릿대를 이용하라고 했다.

 

이춘은 걸승이 보릿대라고 하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다가 이윽고 진짜로 낱알을 떨어낸 보릿대임을 알고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띄었다.  

  

걸승은, "보릿대는 황금과 같이 그 빛깔이 누렇고 윤기마저 있어 밤에 보면 황금처럼 반짝거려 그것으로 관을 에워싸서 장사를 지내게 되면 아마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도 감응할 것이니, 다음 달 무술일(戊戌日) 축시(丑時)에 은밀히 장사를 지내도록 하시오"라는 비답을 내렸다.

  

걸승의 이와 같은 비답에 이춘은 너무 고마웠으나,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아 "왜? 하필이면 다음 달 무술일에 장사를 치러야만 되오?"하며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걸승은 한 사발 가득 담긴 찬물을 꿀컥꿀컥 마시고는 이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에게도 가끔 쉬는 날이 있는 것처럼 하늘(天界)에도 신관(神官)들이 쉬는 날이 있소이다. 그 날이 바로 다음 날 무술일(戊戌日)로 소위 천지개공일(天地皆空日)이므로 하늘과 땅을 관장하는 신관들이 쉬는 날입니다.

그리하여 설령 인간들이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벌을 주지 않고, 벌준다 해도 감소 될 수 있는 무술(戊戌)과 축시라는 일진은 음양오행상 흙(土)이라서 그 빛깔이 누런 황색으로 치성을 다했으므로 황금이나 진배없이 천기(天氣)나 지기(地氣), 모두가 감응할 것이외다." 라고 소상히 가르쳐 줄뿐만 아니라, "시주님과 내가 인연이 있다는 것은 이미 하늘의 뜻이며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천연이외다. 일국을 개국한 창업주께서도 후세에 나와 같은 걸승을 만나게 될 것이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인연이 점차 쇠약해져 우여곡절도 있을 것이외다." 라는 예언까지 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춘 걸승을 그 이후로는 보았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춘은 걸승이 시키는 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를 정성스레 받들어 아무도 모르게 장사를 지냈다. 그런데 과연 그 묘를 쓰고 난 이후부터 가세가 흥왕해지고, 이춘의 아들인 이자춘(李自春)을 걸쳐 이성계(李成桂) 때에 이르러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성계는 고려의 명장으로써 위화도(威化島) 회군을 계기로 조선(朝鮮)을 개국(開國)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걸승의 예언대로 장사를 지낸 때로부터 꼭 3대째에 해당하는 이성계가 임금이 되었다는 점이다.

  

임금이 되기까지는 무학대사(無學大師)와 같은 고승과의 만남, 전장에 나갔던 군사들을 회유하여 청천벽력과 같은 말발굽소리로 무능한 고려 왕실을 무너뜨렸던 것 등은 하나같이 다 신기하게도 그 걸승의 예언대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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