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無影塔)
무영탑(無影塔) 이른 봄이었다. 해는 서녘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돌을 다듬는 정소리가 화창한 햇빛 속에서 튀었다. 숲 속에서는 도끼로 나무를 찍어내는 둔탁한 음향이 들려왔다. 스산한 바람이 아사녀의 치마를 펄럭이게 했다. 아사녀는 연못가를 돌며 이따금 공사가 한창인 불국사 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가려진 불국사를 바라다보는 아사녀의 눈엔, 어느 덧 이슬이 맺혀 여위어 까칠해진 볼을 타고 흘렀다. 아사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못 속을 들여다보았다. 못 속에는 흐르는 흰 구름 사이로 한참 쌓아 올라가고 있는 다보탑과 대웅전, 백운교, 청운교가 비쳐 있었다. 그러나 아사녀의 남편 아사달도, 아사달이 돌을 깎고 쪼아 쌓고 있을 석가탑의 그림자는 비치지 않았다. 아사녀는 눈물을 닦고 다시 ..
타임머신
2021. 6. 26.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