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로 체크하는 질병 징후

헤어 디자이너인 김모 씨(34)는 봄이 되면서 가래가 끓는 일이 잦아졌다.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는 동안에도 가래로 인해 자주 헛기침을 한다. 김 씨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라면서 "가래가 많다 보니 혹여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가래는 기도로 들어오는 불순물을 잡아 밖으로 배출시킴으로써 기관지를 보호하는 일종의 생리 현상이다. 따라서 가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병에 걸렸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요즘처럼 황사나 오염된 공기 등으로 인해 걸러야 할 이물질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래는 늘어난다.

 

하지만 가래의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농도가 짙다면 질병에 의한 증상인지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선 가래의 형태와 색깔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가래가 물처럼 맑다면 정상이다. 하지만 누런색의 점액질일 경우 호흡기 바이러스로 인한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초록색에 가까운 가래는 녹농균(綠膿菌)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검은색 가래는 먼지나 오염된 공기, 담배 연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폐 곰팡이 감염에 따른 것일 수도 있으니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가래가 붉은빛을 띠거나 피가 섞여 나온다면 호흡기 출혈이 있었다는 증거이니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객혈(喀血)이라고 한다. 일시적인 객혈은 대부분 기관지 염증이나 후두염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객혈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결핵이나 폐렴, 폐암, 기관지 확장증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래에는 이물질과 세균이 섞여 있기 때문에 삼키기보다는 뱉어내는 게 좋다. 하지만 삼킨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가래 속 세균 대부분은 위나 장에서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결핵이 있다면 가래를 삼키면 안 된다. 가래에 섞인 결핵균이 장으로 들어가 장결핵을 일으킬 수 있다.

 

가래를 줄이기 위해선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켜 가래를 끓게 한다. 또 호흡 기능과 가래를 내뱉는 능력도 약해진다. 따라서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은 폐 밑 깊숙한 곳에 항상 가래가 남아 있다. 이들이 수시로 그르렁 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훈 서울북부병원 내과 과장은 "봄이면 가래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양과 형태, 피가 섞여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상태가 심각하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가래가 많을 경우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점액 용해제나 거담제 등을 복용한다. 가래는 낮보다 저녁이나 새벽에 심해지는데 몸을 바로 눕는 것보다 엎드리거나 옆으로 하는 게 좋다. 등이나 가슴을 톡톡 두드리면 가래를 뱉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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